디지털 음반 시장에 바라는 점 한가지.


본디 트랙 단위로 음악을 듣는 것 보다 기왕이면 음반을 구매해서 CD플레이어로 감상하는걸 선호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마음에 드는 음반일수록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유욕이 강해서이고, 잘만든 음반일수록 전체적인 구조를 생각하면서 질릴만큼 듣고 또 들어 사골처럼 우려낸 그 엑기스를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경험을 하는 음반은 족히 수백번은 돌린 Nas의 [Illmatic]이나 Marvin Gaye의 [What's going on], Maxwell의 [Now] 국내에서는 에픽하이의 [The Map of the Human Soul], 가리온의 [가리온] 등 손에 꼽을정도로 적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소소하다면 소소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부클릿이다. 부클릿은 화려하든 그렇지 않든 만든이의 정성을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좋아하는 음반이나 곡은 누가 썼는지, 가사는 누가 썼고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아는게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추세는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흘러가고, 나도 주머니 사정과 귀차니즘등 여러가지 크고 작은 것들이 짬뽕된 이유로 디지털 음원을 멜X을 통해서 자주 듣곤 하는데, 너무도 쉽게 곡을 넘기고 검색할 수 있다보니 나도 예전엔 하지 않던 '곡 단위로' 음악을 들으면서 종종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일단 '음원'이라는 단어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음원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일까 하여 검색을 해보니 '소리가 나오는 근원, 또는 그 근원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즉 도로에 차가 다니는 소리, 거리에서 뻥튀기 아저씨가 '뻥!'하는 소리, 수업전 강의실의 웅성웅성하는 소리도 다 음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이를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인 음악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하긴 너도 나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버스를 탄다거나, 옷가게 앞에서 시끄럽게 틀어놓고, '최신곡 mp3 다운'이라고 검색해서 다운 받아 듣고 다니는 꼴을 보면 더 이상 음악이 음악 대접을 받지 못하고, 그저 '소리' 정도로 취급하는게 음악이 음원이 되어 버리는게 꼭 틀린것만은 아니라는 세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 하나 하려고 괜히 혼자 흥분해서 쓸데없이 너무 많이 나간 듯하긴 하지만 디지털 음원 시장이 음악에게 제대로된 대접을 해주기 위해서 아주 작은 바람이 한가지가 있다면, 디지털 음원도 트랙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음악을 소비해버리기만 한다면 '아 죄와벌 이 소설 쩌네. 누가 쓴거야. 도스또예프스키? 유명한 사람이야? 아 이사람이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썼어? 그것도 읽었는데' 하는 거랑 뭐가 다를까. 애초에 음원정보를 받아서 업데이트 하기전에 'produced by 아무개' 'lyrics by 아무개' 고 몇줄 추가해주는건 그다지 큰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다지 도움도 되지 않는 음반정보를 가장한 무조건적인 찬사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2pm의 'again&again' 노래를 상당히 잘만들었는데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단 말이다. 아마도 박진영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백퍼센트 짐작하고 있지만..

by soorm | 2009/07/15 12:4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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